서론
노래를 찾기 귀찮아서 좋아요 누른 노래들을 랜덤 재생 해본 적 있는가? 랜덤으로 재생을 하다보면 가끔씩은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래들도 만나게 된다.
여느 때와 같이 랜덤 재생을 돌리던 나는 문득 나의 음악 취향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을 느꼈다. 이걸 한번 정리해보려고 리캡들을 한번 쓱 둘러보다가 도저히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어 금방 그만뒀다. 도대체가 어떻게 쇼미더머니 국힙만 듣던애가 밴드노래를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가끔씩 내가 듣고 있는 아티스트와 좋아했던 이유들을 기록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것 같다.
추천하는 아티스트/밴드
윤지영
단순하지만 듣기 좋은 멜로디 위로 담담하게 부르는 시적인 가사가 정말 일품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멜로디가 좋아서 듣다 가사를 보고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노래들을 쓴다.
해가 지지 않는 밤이 계속되고
우리는 겁에 질려
누가 먼저랄 거 없이 거리로 나갔네
불이 가득 켜진 거리에 갔을 땐
아무 말도 없는 사람들을 봤네
약속된 침묵을 깨고선
누군가 구역질을 했네
- 윤지영 "Blue Bird" 중
매 앨범마다 정말 좋은 노래들을 3곡씩은 기본으로 뽑을정도로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City Seoul" 이다.
이고도
매 노래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곡의 멜로디도 정말 좋고, 목소리도 독특해서 들으면 머리속에 각인된다.
Hey, 긴 고요 속에
숨죽여 있는 법을 알고 있지 않니
그 방법을 나에게도 알려줘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어디론가 사라질 거잖아
난 어쩌면 분주한 사람들 틈에
더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웠어
- 이고도 "Mouse"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가사를 쓰고, 이를 창의적인 노래로 풀어나가는게 특징인 것 같다. 이걸 제일 잘 보여주는 곡은 개인적으로 "Knife"라고 생각한다. 개인 인디 가수에게서 보기 어려운 엄청나게 야무진 세션이 정말 좋다.
정우
밤새도록 뒤척였지
행복이란 내 안에 없던 거야
돌아보길 기다리는 슬픔에 몸 흔들리지
인정할게 나는 사랑이 중요해
방해받지 않을 시간이 필요해
들이치는 바람에 웅크리지
다시 해가 뜬대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차라리, 낡아빠진 어느 괴담같이
잠든 머리카락을 세어 줘
날 데려가 줘
- 정우 "낡은괴담" 중
정말 매력이 많은 아티스트다. 동생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어쩌다가 이름을 검색하고 저점매수를 하게 되었는데, 매 곡 마다 새로운 색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이고도와 비슷하게 서정적인 가사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데, 여기는 사운드 자체도 정말 독특해서 매 곡마다 듣는 맛도 있다. "JUVENILE"과 "어린양"을 추천한다.
지소쿠리클럽
독특한 사운드와 재치있는 가사를 자랑하는 밴드다. 노래를 들으면 마치 휴양지의 바다에 앉아 파도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준다. 부산을 기점으로 하여 활동하는 밴드라는 것도 묘하게 정감이 가는 부분이다.
Heard you hang out with JB
Takes you to the best steak house
But I got bad feeling about him
What if he is involved with you know Mafia stuff?
What if Wick is after him?
You'll be wearing bulletproof
For sure pencil proof everyday
What if Alejandro chases him?
You saw him he is cold-blooded
You might need to learn jiu-jitsu yoga?
It doesn't really help
You won't be able to pick your fork
You will never finish your dish
I just have peanut butter
No one is after me
- 지소쿠리클럽 "Peanut butter Sandwitch"
한국 밴드 주제에 영어 가사를 부르는게 묘하게 킹받기는 하지만 그것 마저도 그들의 감성 중 일부다. 추천하는 노래는 가사가 정말 재밌는 "Peanut butter Sandwitch"와 "work, shit, sleep"다.
더 폴스(The Poles)
보컬의 독창적인 톤과 야무진 세션이 특징이다. 톤이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한데, 이게 노래를 계속 듣게 만든다. 노래를 듣다보면 세션들에도 중독이 되는 정말 좋은 밴드라고 생각한다. 감성적인 노래와 야무진 노래까지 모두다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몇 안되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다 차올라 넘쳐나는 물에 기대어서
희게 번진 나의 기대에
금이 가지 않도록
나를 좀 내버려 둬요
파도가 날 밀어내면
그때 떠나갈 테니
- 더 폴스(The Poles)
추천하는 노래는 보컬의 톤이 잘 드러난 "Oddities"와 가사가 야무진 "High tide"다.
설(SURL)
이 밴드도 어쩌다보니 알고리즘타고 저점매수해서 지금까지 잘 듣고 있는 밴드다. 좋아요 눌러논걸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노래를 다 듣고 좋아요 누를 정도로 정말 사랑한다.
따뜻한 느낌의 노래를 정말 잘 소화해서 가을이나 겨울에 듣기 좋으며, 가끔씩 부르는 원래 부르던 것과 정반대의 야무진 노래도 정말 좋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밴드의 정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개인적으로 너드커넥션이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수십 번
네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어제 네게 건넸던
마른 꽃처럼 바짝 말라있었어
나는 고갤 떨구고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다
다시 네가 없어도
괜찮아 여기서 말라가고 있을 거야
Dry flower 나는 말라버려 널 기다리다
그래도 난 시들어 널 못 볼 일은 없을 거야
- 설 "Dry Flower" 중
추천하는 노래는 겨울 밤에 듣기 좋은 "여기에 있자", 가을에 듣기 좋은 "Dry Flower", 그리고 나만의 크리스마스 캐롤 "눈" 이다.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션 중 "Destiny" 라이브를 보는걸 진짜 강력히 추천한다!
마무리하며..
생각나는대로 쭉 써내리다보니 굉장히 정신없는 글이 되버린 것 같다. 최대한 그래도 덜 유명한 분들로 골라서 소개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소개하지 못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시리즈에서 더 써내려보겠다.
요즘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면서 글을 마치겠다.